프랑스 : 파리 - 2019.10.18
내 인생에 단일 여행으로는 가장 긴 여행이 끝나가고 있다. 진짜 여행은 다 마쳤고 집에 돌아가는 여정만 남았다.

프랑스는 생각 보다 훨씬 큰 나라였다. 포도밭이 늘어선 알자스 가도는 그 길이만 170km 였다. 끝없이 펼쳐진 포도밭을 보며 이 나라는 보리 고개가 없었나 싶었다. 생명 유지를 위한 작물 재배가 우선이었을 텐데 와인으로 연명을 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니스에서 파리까지 940km를 달려오며 끝없이 펼쳐진 얕은 구릉지인데 사람의 흔적이 안보이고 작은 마을이 이따금 눈에 띌 뿐이었다. 가끔씩 목장이 보이는데 목초지가 너무 커서 한가롭게 풀을 뜯는 소가 개미만해 보인다. 결국 도살되어 사람의 먹이가 될 운명이지만 살아 있는 동안은 걱정이 없어 보였다. 넓디 넓은 땅덩어리, 알프스와 지중해를 모두 품어 바다와 산을 다 가지고 있는 EU에서 제일 큰 나라는 복도 많은 것 같았다.



땅덩이만 넓은 것이 아니라 루브르 박물관을 위시해서 수많은 박물관과 인문이 살아 있는 파리를 왜 예술의 도시라 하는 지 알것 같았다. 천혜의 자연과 더불어 콧대 높은 자부심이 절로 느껴졌다. 내가 여지껏 파리와 프랑스를 과소 평가하고 있었구나..


우리나라를 돌아보았다. 산으로 채워진 좁은 국토가 그나마 허리가 잘려 섬나라 아닌 섬나라로 각박하고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나라 대한민국. 어지러운 정치현실과 한참 뒤떨어진 사회문화 현상들을 생각해 보니, 프랑스가 대단해 보이는 것 만큼 우리나라가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프랑스는 국토면적이 551,695 평방Km로 우리나라 100,363 km2에 비하면 5.5배나 넓다. 인구수는 6,700만명(21위) : 5,200만명(28위), 2019년 잠정 기준 GDP (PPP 기준)은 $3.081조(10위) : $2.241조 (14위), 1인당 GDP (PPP기준)은 $47,113 (26위) : $43,212 (29위)로 국토 면적을 제외하고는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사실에 새삼 놀라웠다. 세계사의 주류에서 동떨어져 일본에 피지배까지 당했던 신생독립국이 문화대국 프랑스와 각종 수치를 견줄만 한 나라가 된것이다(*). 문화대국 광장에 울려퍼지는 블랙핑크의 음악과 그 음악에 맞춰 안무 연습하는 프랑스 소녀들 모습을 다시한번 생각해 본다.


프랑스를 마냥 부러워할 것도 아니고 국내 여행만을 고집해야 할 이유도 없을 것 같다. 세상 일들이란 항상 동전의 앞뒷면 같은 것이다. 멀리 떨어지면 숲의 모습이 비로소 보인다.

1. 프랑스에서 약 20일간 4000Km 운전하면서 과속 카메라를 한번도 보지 못했다. 고속도로는 130km 까지 속도 제한이 되어 있지만 150km로 달리는 차들이 많았다. 우리나라엔 없는 70km, 50km, 30km, 20km, 10km, STOP등 저속 안내판이 많이 보였다.이건 규제가 아니었다. 조금 운전하다 보니 저속 안내 표시를 지켜야 내가 안전하다는 것을 스스로 깨달을 수 있었다. 우리 나라는 규제는 많은데 규제가 일종의 면죄부가 되는 건 아닐까?

2. 주차 걱정을 많이 했는데 주차 문제가 별로 없었다. 기업화된 주차 전문 회사가 도시마다 지하 10층까지 주차장을 만들어 놓았다. 서울은 돈내고 주차하고 싶어도 할 곳이 없어 불법주차하고 단속도 느슨하다. 걸려도 별거 없다.

3. 26세 이하 청소년에게 주는 경제적 혜택이 많다. 박물관 무료 입장서 부터 교통비 까지. 젊은이들은 사회적 약자이다. 우리나라 도입이 시급하다. 노인 공경도 좋지만 청년 우대가 절실하다.

4. 레스토랑에서 밥을 사먹으면 2인기준 50유로는 순식간에 없어진다. 근데 마트에 가면 삼겹살 500g을 4유로도 안주고 살 수 있다. 소고기도 안비싸다. 와인 포함 먹는건 다 싸다. 식재료 장바구니 물가는 우리가 더 비싸다. 근데 식당은 한국이 싸도 한참 싸다. 사람이 사람 값을 못 받기 때문이다.

5. 프랑스에선 항상 긴장하고 다녀야 한다. 물건이 없어질까봐 소매치기를 당할까봐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었다. 이게 얼마나 불편한 일인지 깨달았다. 안심하고 다니기 힘들어 행복하지 못할 지경이었다. 심지어 캠핑장에서 현금을 도난 당했다. 4성급 캠핑장 평화롭게 일광욕 즐기던 노부부가 한순간 도둑년놈이 된것이다. 나의 행동 패턴을 관찰하다 찰라의 순간을 노렸다. 한국은 군자의 나라이다. 남의 물건에 손을 잘 안댄다.

6. 인구밀도는 양날의 검일 수 도 있다. 호주 남쪽 테즈미어 원주민은 서구 사회에 발견될때 전 세계 인류중 유일하게 불이 없던 인류 였다. 테즈미어에 건너갈땐 섬이 아니었는데 해수면 상승으로 섬이 되어 고립되고 인구수가 줄며 불을 포함 있던 문명도 퇴보해 사라졌다. 문명이 창발 하려면 일정 수준의 인구가 필요하고 문명은 도시에서 나온다. 우리나라는 초유의 인구밀도를 생각해 보면 자체가 거대한 도시 국가 일런지도 모른다.
by clockwiz | 2019/10/27 20:49 | CLOCKWIZ_day | 트랙백 | 덧글(2)
프랑스 : 본느 - 2019.10
니스에서 파리까지 940km, 9시간 30분 거리를 하루에 운전해 하루에 갈 수는 없어 도중에 1박한 본느 Beaune. 보르도와 더불어 프랑스 와인의 양대 산맥인 브루고뉴 와인의 총본산. 65유로에 저렴한 호텔을 예약하고 도착하였다. 리셉션에서 젊은 청년이 반갑게 맞아줬다. 여권을 보더니 더 반색을 한다. 터키 출신이라고 자기를 소개한다. 친철한 종업원은 밤 10시에 호텔 문을 닫고 아침 7시에 식당을 열었다. 어쩜 주인인지도 모르겠다. 분느에서 세가지를 경험했다. 친절한 호텔에서 두가지 정보를 받고, 한가지는 우연히 얻었다.

1. 먼저 레스토랑을 추천 받았다. 20유로에 유명한 곳이 있다고 한다. 구글지도에서 찾아보니 평점도 좋았다. 어짜피 파리에 가면 비싸서 못 사먹을 것 같아 예약을 부탁했다. 레스토랑에 도착하니 10여개의 테이블이 금방 꽉 찼다. 고맙게도 메뉴가 단촐 해서 기뻤다. 1단계 20유로, 40유로, 60유로 중 20유로 선택한후 2단계로 오늘의 메뉴 또는 다른 옵션 단 두줄 뿐이었다. 윗줄에 적힌거 하나 아랫줄에 하나 주문하니 주문 완료. 전채, 메인 메뉴, 치즈가 서빙되고 마지막에 디저트가 나왔다. 7시에 도착 하여 시작한 저녁은 9시 가까이 끝났다. 저녁에 딱 한 테이블씩 손님을 받을 수 밖에 없다. (La Ciboulette
69 Rue de Lorraine, 21200 Beaune)


2. 다음날 호텔에서 소개 받은 와인 cave Patriache를 찾았다. 1780년 수녀원을 구입해 만들었다고 한다. 
총 연장 8km 지하 와인 셀러를 구경하며 중간 중간 10가지 와인을 시음 하였다. 와인은 7유로 부터 105유로 까지 철저하게 가격 순으로 배치 되어 있었다.

 친절한 안내인이 어둠 속에서 나타나 이것 저것 설명도 해주고 몇가지 와인도 더 시음 할 수 있게 해주었다. 150유로 와인이 분명 더 좋게 느껴졌지만 7유로 와인의 20배는 아니었다. 와인은 각자 주머니 형편에 맞게 즐기면 끝. 보르도와인과 비교해 달라니 보르도는 넓고 많이 나는 지역이고 버건디는 좁고 많지 않아 비교 불가라 한다. 자부심이 느껴졌다. 1994년에 병입한 와인을 2020년 2054년 2094년에 출고 예정이라고 한다. 기술이 돈이 되기도 하지만 시간이 돈이 되기도 한다.



3. 중세에 온듯 고색창연한 거리를 거닐다 Hôtel-Dieu Museum 이라고 보여 우연히 들어가 봤다. 호텔인줄 알았는데 1443년 세워진 빈민구호 병원이었다. 불어 Hôtel은 Hospice로 번역된다. 500년이 넘은 건물은 잘보존 되어 있었고 건축물 자체로 아름다웠다. 

이 건물은 1970년대 까지도 병원으로 사용 되었다고 한다. 500년전 의술도 놀라웠고 시대별로 발전하는 의료 장비의 진보도 볼 수 있어 좋았다. 


한가지 아쉬움은 호텔에 미리 얘기 했음 할인 쿠폰이 있었을 텐데...

by clockwiz | 2019/10/27 20:44 | CLOCKWIZ_day | 트랙백 | 덧글(0)
프랑스 : 와인의 나라
싸고 좋은 와인이 많다.
5유로도 마실만 하고 10유로면 준수하다.
20유로면 최고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체감 와인값 1/10 이다.
5유로 와인은 배를 타고 오면 끓어 버리는 것일까? 
한국에선 왜 1000원짜리 막걸리보다 못한 맛이 되는 것일까?

by clockwiz | 2019/10/27 20:33 | CLOCKWIZ_day | 트랙백 | 덧글(4)
프랑스 : 니스 - 2019.10.09
프랑스 남쪽 알프스 자락 안시, 샤모니가 목표였는데 비를 피해 다니다 보니 근처도 못가 봤다. 대신 말로만 듣던 지중해성 기후를 몸으로 겪어 봤다. 사과 사러 갔다가 배 산 격이 되었다. 사과면 어떻고 배면 어떠랴 ! 대안으로 남부 프랑스 지중해변을 돌기로 했다. 니스, 칸느, 모나코등 알려진 곳도 많고 숨은 까시스, 후씨리옹, 고흐드, 에제등등 숨겨진 곳도 많다. 

[몸매 좋은 니스 광장 아폴론 신]

지금껏 2/3는 캠핑, 1/3은 호텔에서 지냈는데 둘을 금액 측면에서 비교해 보면 꽤 큰 차이가 난다. 숙박비도 크지만 식비도 꽤 차이난다. 캠핑장도 별로 등급을 구별하는데 3성 싼곳은 15유로, 5성은 25유로 정도 였다. 5성급 캠핑장에선 걸어갈 수 있는 모래 해변, 베이커리, 온수 수영장, 세탁실, 레스토랑, 수퍼마켓 등등 편의시설이 좋고 샤워장, 사우나도 깔끔하게 관리된다. 3성급이라 해도 빨래방은 기본이고 개인 샤워실이 넉넉히 운영된다.

[리듬감이 돋보이는 공원 분수]

식비의 경우 레스토랑에선 둘이 먹으면 메인 플레이트 15유로*2명, 음료 8유로*2명에 전채나 디저트 주문하면 50유로는 가볍게 넘어간다. 식사를 캠핑으로 해결하는 경우는 훨씬 싸다. 삼겹살 6줄 500g에 4유로 정도, 샐러드 1봉지 1.5 유로에 밥지어 먹으면 한끼 식사로 손색이 없다. 장바구니 물가는 우리나라 보다 더 싼것 같다. 감자, 양파, 파프리카 볶아 카레를 해먹으면 더 싸진다. 바케트나 크로와상 한개씩 사면 2유로인데 이렇게 먹어도 급할 때 한끼는 된다.

[드넓은 니스 해변]

캠핑이 마무리 되어간다. 언제나 다시 시간 여유 있는 여행을 다시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니 벌써부터 아쉬운 마음이 든다. 캠핑의 단점은 짐싸고 푸는 유랑생활인데 이게 한국에서도 캠핑가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 했던 내겐 재미이고 집사람에겐 고역이다. 은퇴하면 네팔가서 살아볼까 생각했었는데 유럽에서 캠핑하는 대안이 나타났다. 골프 두번 안치면 30박도 가능 할듯 하다.



by clockwiz | 2019/10/27 20:29 | 트랙백 | 덧글(4)
프랑스 : 베흐동 - 2019.10.06

캠핑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다채롭다. 모터홈을 끌고 온사람, 캐러반을 견인해온 사람, 바이크를 타고 온사람, 자전거를 타고 온 사람, 나 처럼 텐트를 친 사람등등 무척 이나 여행의 형태가 다양하다.

모터홈은 거주의 편의성은 젤 좋겠지만 시내로 운전해 들어 갈 수가 없어 자전거나 바이크를 별도로 달고 끌고 다녀야한다. 바이크는 이동은 쉽겠지만 실을 수 있는 짐의 한계로 숙박은 꽝이다. 텐트는 이동은 용이 하고 거주성은 바이크 보다는 낫지만 몸은 꽤 괴롭다. 텐트 출입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나이 더 들면 몸이 배겨낼 수 없을 것 같다. 거주도 편하고 이동도 쉬운 해법은 호텔 이겠지만 이건 예산이 물새듯 샌다.

어떤 여행 방법을 선택하던 트레이드 오프는 필연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다 고속도로 입구와 휴게소에서는 배낭메고 히치하이킹 하는 젊은 여성을 보았다. 심지어는 걸어 다니고 차를 얻어타는 방법도 있었던 것이다. 목적지 적힌 팻말 하나 내 걸고 햇볕 즐기며 책을 읽고 있었다. 유유자적 세상 편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여행 방법에 정답이 없듯 인생에도 정답이 없을 것 같다.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가고, 좋은 직장 얻고, 집 마련하려 아드바등 하다, 집 생기면 대출금 값아 나가다보면 인생 마무리 해야 하는 전형적 우리네 삶이 라면 좀 더 다양해 질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여기서 보는 여행객들은 커플이 많다. 늙은 노 부부 들이 70-80%는 되고 동성 커플도 눈에 많이 띈다. 나 홀로 여행은 잘 안보인다. 한국에서 행락지엔 십여명은 쉽게 헤아려지는 아저씨, 아줌마들 처럼 동성 그룹들을 거의 보지 못했다. 개인주의가 무엇이지 곰곰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무엇이 나를 지금 또 앞으로 행복하게 할 수 있는지 곰곰히 생각해 보고 있다. 인생은 행복을 추구 할뿐 지속적 행복은 없을 것만 같다.

2.베흐동 계곡은 프랑스의 그랜드 캐년이라고 한다. 남알프스에서 발원한 계곡은 156km를 달려 생뜨크화 호수에 다다른다. 협곡은 깊이가 700m 이고 폭은 좁은 곳은 몇십 미터도 안된다. 암벽에 매달린 사람을 보고 있자니 내 간장이 녹아 드는 것 같았다. 밥 먹고 호숫가에 나가보니 고운 노을이 지고 있었다. 자연은 내 마음 속 복잡함과 무관하게 아름답다.


by clockwiz | 2019/10/22 15:43 | CLOCKWIZ_day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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