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낭소리 - 2009.02.08
워낭소리는 블록버스터가 아니다. 독립영화이다. 워낭소리는 극영화가 아니다. 다큐멘터리이다. 워낭소리는 원래 방송용으로 만들었지만 방송을 타지 못했다. 영화관에 올랐다. 워낭소리는 필름이 아니다. 카피당 200만원이 소요되는 필름 제작비가 없어 디지털프로젝터로 상영된다.

워낭은 소목에 다는 방울이다. 보통 소는 약 15년 정도를 산다고 한다. 주인공 소는 40년을 살았다. 워낭소리는 40년을 산 소와 팔순이 다된 농부 할아버지와 칠순 할머니 이야기이다. 소가 40년을 사는 동안 부부는 9남매를 키워 출가 시켰다.

워낭소리는 얼마전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이충렬감독이 시간에 쫓겨 짧게 인터뷰를 하는 것을 들어 알게되었다. 일요일 모처럼 식구들이 집에 모두다 있게되어 친구가 선물해주었던 영화초대권을 생각해 내곤 영화를 골라 보았다. 인터뷰 생각이 나서 워낭소리를 선택하고 예약 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참 잘한 선택이라는 생각을 했다. 늙어감과 노동의 소중함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워낭소리는 영화 였지만 사진같이 다가왔다. 늙고 앙상한 늙은 소의 골격. 소의 눈물. 느린 소의 발걸음. 석양에 걸친 달구지, 한미 FAT 반대 집회 앞에서 발걸음을 멈춰선 소, 할아버지의 불편한 걸음. 할아버지의 불편하고 앙상한 한쪽다리, 산더미 처럼 땔감을 부린 소 달구지와 할아버지의 지게 등등등.... 장면 장면이 삶과 죽음, 사랑과 이별, 노동의 의미를 스토리가 아니라 사진 처럼 전달했다.

소는 말이 없다. 할아버지도 말씀이 거의 없다. "안팔아"를 제외하곤. 할머니는 다변이다. 삶의 고달품에 대한 넋두리와 할아버지에 대한 원망. 소에 대한 구시렁 거림들은 한마디씩, 한문장씩은 배꼽을 잡게 만든다. 그 재미있는 이야기들과 웃음이 쌓여서 종국에는 가슴 찡한 감동과 콧날을 시큰하게 만드는 점은 챨리 채플린의 코미디와 닮았다. 

기회가 닿으면 누구나 한번씩 꼭 보라고 권해주고 싶다. 신문을 검색해 보니 10만을 돌파했고 20만을 돌파했다는 기사가 보였다.

경은이는 "재미있었어. 아주 재미있었어. 늙은 소가 제일 좋아"라고 했다.
 


<동아일보 2009.02.08일자 기사>

감독이 밝힌 ‘워낭소리’ 그 이후의 이야기…

[사진= 스튜디오 느림보]

 

 독립 다큐멘터리 개봉작 최초로 10만 관객 돌파라는 기념비적 기록을 세우면서, 승승장구 하고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있다. 사람과 사랑을 울리는 작은 소리로 관객들의 눈시울을 적신 감동적인 영화 ‘워낭소리'.

- [화보] 화제의 영화 ‘워낭소리’ 제작자 만나러 가기!
-
[화보]‘워낭소리’ 그 이후, 할아버지 할머니 만나기

 

 5일 늦은 저녁, 워낭소리를 개봉한 씨네큐브에서 10만 관객 돌파 기념으로 5일 마지막 상영을 관람한 관객들과 특별한 시간을 마련했다. 바로 이충렬 감독과 고영재 PD 그리고 관객들이 함께 대화할 수 있는 씨네토크 시간을 준비한 것이다.

 

 5일 8시 10분경. 관객들이 속속들이 객석을 채웠다. 200석이 매진이다. 중년의 부부, 젊은 연인, 친구들과 시끌벅적 들어오는 이들도 보인다. 객석이 어두워지고, 조용히 ‘워낭소리’ 가 시작한다. 때로는 웃음과 가슴의 먹먹함을 느끼게 하면서 어느새 영화는 러닝타임 78분을 향해 간다. 영화가 끝나자 상영관 곳곳에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시작된 씨네토크 시간.  “아직도 인기가 실감이 안 난다” 며 겸손한 듯 웃어 보이는 이충렬 감독과 시종일관 웃음을 잃지 않았던 고영재 PD에게 ‘워낭소리’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봤다. 얼마 전 봉화군을 다녀왔다는 이충렬 감독과 고영재 PD는 우선 관객들이 가장 궁금하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근황에 대해 알려줬다. (이하 이 감독, 고 PD)

 

▲ 고영재 PD(좌), 이충렬 감독(우)

 

 고 PD: 2005년과 똑같았다. 할아버지는 여전히 일 밖에 모르신다. 건강이 많이 안 좋아지셨다는데도 뒷산을 기어 다니시면서 땔감을 만들고 계셨다. 그런데 두 분이 사람들의 지나친 관심 때문에 힘들어 하신다. 심지어 봉화군청에서 노부부를 지키겠다고 나섰다고 한다. 외딴 시골에 한밤중에 갑자기 누군가 찾아온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 아닌가…매우 안타깝고 죄송스러웠다.

 

 할아버지 할머니에 관한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이야기 하면서 이 감독과 고 PD 는 토크 내내 웃음을 잃지 않았다. 관객들 또한 그들의 이야기에 영화만큼이나 푹 빠져버렸다. 한 관객이 할아버지 할머니께서는 영화를 보셨는지, 그 후 반응은 어떠신지 물었다.
 
 고 PD: 할머니는 본인이 유명해 지신 걸 아신다. 자제분이 영화 관련 모든 기사들을 스크랩해 모아 보여드렸다. 한 번은 강릉에서 상영을 마치고 상영 관람 소감을 자신들의 모습이 들어간 사진에 적어 드렸다. 할머니 사진은 새참을 이고 인상을 쓰고 계신 것이었는데, 마음에 안 드신다며 사진을 바꿔달라고 하셨다. 그리고 할머니에게 인기가 많다고 설명해 드렸더니 굉장히 좋아 하셨다.

 

 하지만 할아버지에게 이번 영화는 자신의 관심 밖의 일이시다. 손자가 TV에 연결해 영화를 보여드렸는데, 할아버지는 보시자마자 나가버리셨다고 했다.(웃음) 할머니는 끝까지 보시고, 눈물을 흘리셨는데…특히 본인이 ‘청춘을 돌려다오’ 라고 노래를 부르는 장면을 보시고는 엄청 우셨단다.

 

 감독은 워낭소리의 최고 악역이었던 젊은 소의 근황도 알려 줬다.
 이 감독: 현재 젊은 소는 새끼를 잘 낳고 있으며, 이제는 할아버지의 수레를 끌기도 하는데 예전에 늙은 소가 수레를 끌 때와 달리 지금은 그 수레 속도가 너무 빨라서 할아버지가 정신을 못 차리신다. '빠른 것이 과연 좋은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왠지 씁쓸했다.

 

[사진= 스튜디오 느림보]

 

 고 PD: 12일에 봉화군에서도 상영을 한다. 이번에 봉화군에서 개봉을 하면 봉화군 감독님에게 항의가 빗발칠 것 같다. 얼핏 악역으로 비춰질 수도 있는 분들이 좀 있기 때문이다.(웃음) 참고로 두 분이 사진을 촬영하시던 춘광 사진관은 명소가 되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연출과 실제에 대한 논란에 대해 관객들이 궁금해 하자,
 이 감독: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소와 할아버지 할머니 그들 중 누가 과연 연기자 일 수 있겠는가? 연출이 되었고 만들어진 것이라면 그 분들은 최고 연기상을 받아야 할 것이다. 더욱이 할아버지는 단순한 인터뷰 자체도 불가능한 분이다. 보시면 알겠지만 그분의 화법이 마음에 맞는 사람이라면 말씀을 잘 하시지만, 불편한 사람과 말씀하실 때 "싫다. 좋다." 등 단답형이다. 본인과는 불편한 사이셨다. 또한 카메라를 사진기로 아셔서 카메라만 보시면 정자세를 하셔서 난감했다. (웃음)

 

 고 PD: 늙은 소는 영물이다. 석양 무렵에 알아서 서주고, 지나가다 FTA 시위대를 가만히 바라보고, 카메라의 워킹을 안다. 그리고 최고의 악역은 젊은 소이다.(웃음)

 

 이 감독: 할아버지가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시는 것이 첫째 할머니 잔소리, 둘째 이충렬 이었다. 그래서 촬영하는데 힘들었지만, 할아버지가 가장 좋아하시는 것은 담배여서, 담배를 사다드리면 미소를 환하게 지으시며 좋아하셨다. 방송용으로 제작했던 것이라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내 보낼 수 없었는데, 그 미소를 담지 못해 아쉽다.

 

[사진= 스튜디오 느림보]

 

[사진= 스튜디오 느림보]

 

[사진= 스튜디오 느림보]

 

 이 감독: 영화가 인기를 얻자 많은 사람들이나 언론사에서 할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찾아왔다고 한다. 이번에 봉화에 갔을 때 저에게 “이충렬이 니가 보냈지?” 하시면서 화를 내셨다. 오해를 제공한 것에 대해 죄송한 마음뿐이었다. 그 분들의 삶은 영화 속에서만 느껴 주시고, 그들의 삶의 터전을 방해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과도한 사랑은 그분들에게 해가 된다. 흥행보다 그런 부분에 대한 걱정을 한 가득 안고 돌아왔다.


 그 외에도 영화 흥행 후 달라진 점이 있으냐는 질문에 그들은 "우리가 무슨 돈방석에 앉은 줄 안다." 면서 이 감독은 “2005년부터 쌀이 떨어졌다. 있는 척 하기도 힘들다” 며 너스레를 떨었다. 고 PD는 “지금 청산해야 할 빚만 산더미가 있다. 사람 속도 모르고 술 사라고 한다” 며 한바탕 웃음을 주었다.

 

 

 앞으로의 계획과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이 감독: 앞으로 계획은, 일단 쌀부터 해결하는 것이고요. (웃음) 다른 것 보다 영화를 보시고 ‘인생이 일하고 늙고 죽는다.’, ‘부모님이 날 힘들게 키웠구나’, ‘나는 정말 부모에게 효를 하고 있는가’ 등 여러 가지 느낌이 있을 텐데, 그 중 하나만 챙겨 가시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고 PD: 곧 독립영화 여러 작품이 개봉을 한다. ‘낮술’, ‘똥파리’,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등 작품성 있는 영화들로 찾아 뵐 테니, 관객 여러분의 많은 관심으로 제 2의, 제 3의 워낭소리가 나올 수 있게 채찍과 격려를 부탁드린다.

 

도깨비뉴스 이슬비 기자 misty82@dkbnews.com 

사진= 도깨비뉴스 김영욱 기자 hiro@dkbnews.com

by clockwiz | 2009/02/08 19:36 | CLOCKWIZ_day | 트랙백 | 덧글(4)
트랙백 주소 : http://clockwiz.egloos.com/tb/6476608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지훈현서아빠 at 2009/02/09 00:46
나도 꼭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 좋은 정보 고마와~
Commented by clockwiz at 2009/02/09 07:28
그래 꼭 한번 봐. 감독이 일깨우고 싶었던 것은 소팔아 대학 보내던 시절을 늙은 소와 늙은 아버지 이야기라고 하더라.
Commented by jyoun at 2009/02/12 12:25
나도 봐야겠다..
Commented by clockwiz at 2009/02/12 12:44
난 다 보고 나서 "이게 영화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 대규모 폭발신이 없어도 감동은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이니까..

:         :

:

비공개 덧글



<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